무한도전 WM7. 넌 내게 씁쓸함을 줬어 LONG WALK

   방송 관련해서는 포스팅해 본 적이 없고 별로 할 생각도 없었는데, 무한도전 이번 주제가 다름아닌 '프로레슬링'인지라 몇 자 적어봅니다.

   경기의 내용 자체는 의외로 좋더군요. 생전 처음 링 위에 서보는 아마츄어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웬만한 인디 프로레슬링 단체의 경기와 비교해보아도 크게 뒤질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기술을 구사하거나 합을 주고받으면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어색한 부분들은 멤버들의 열정과 노력에 힘입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기를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고 애써 온 출연자 모두는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다만, 방송 전반에 만연해 있는 이런저런 '부실함'들은 보는 이를 씁쓸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요인이었습니다.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다'라느니,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느니 하는 말들은 전혀 변명이 되지 못 합니다. 체육관 안에 의료진이 있었다한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의미도, 존재 가치도 없는 겁니다. 이 업계 최대 규모의 단체인 WWE조차도 선수 중 누군가가 시합이 끝난 뒤 고통을 호소한다면 당장 그날의 각본을 수정하여 다른 선수를 대타로 내보내거나 할지언정 딱히 상태가 호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음 경기─물론 하루에 두 번 이상의 경기를 치르는 경우 자체가 거의 없긴 합니다만─에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나 사업적인 측면에서나 당장의 경기보다는 선수의 건강과 안전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행여 시청자들에게 직접 보여주지 않았을 뿐 의사에게서 위험한 증세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경기에 임한 것이라 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후자 쪽이라면 시청자의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적인 연출이었다는 말이 되는데, 이건 유재석 대신 길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게끔 하는 것보다 더 심한 무리수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경력 30년에 달하는 현역 베테랑 프로레슬러가 경기 도중 링 위에서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은 것이 아직 석달도 채 지나지 않은 최근의 일입니다. 상대 선수의 기술을 접수해 준 직후에 일어난 비극이었습니다. 46세라는, 몸을 쓰는 직업으로서는 고령이라 할 만한 나이의 소유자이긴 했습니다만 대신 오랜 시간 쌓아 온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 전문가들마저도 언제 어떻게 불의의 사고를 당할지 알 수 없는 것이 프로레슬링입니다. 무한도전의 제작진은 과연 그런 사실을 알고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격투기 시합과 같은 스포츠의 경우 선수들의 안전 문제에 있어 철저한 보장과 대비가 되어 있으며, 심판의 판단과 제지에 따라 적절한 선에서 경기를 끝낼 수가 있는 까닭에 의외로 시합 중에 크게 다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프로레슬링은 어디까지나 공연에 해당합니다. 보여줄 것은 확실히 보여주어야만 하고, 덕분에 사고도 잦은 데다 부상도 심한 편이지요. 다른 스포츠보다는 차라리 서커스와 비교하는 것이 적당하겠군요. 한번 다쳤다 하면 수술이 필요한 근육 파열이나 장기간 쉬어야만 하는 골절 같은 것들이 예삿일입니다. 때로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후유증이 남기도 합니다.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특집.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도 하고, 전문전으로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닌 사람들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스럽기도 한 기획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제 한 편이 더 남은 시점에서, 여느 프로레슬러들 못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무한도전 멤버들의 투혼에 찬물을 끼얹는 이런 무신경한 제작진의 태도─혹은 어처구니없는 연출이 자못 아쉬울 따름입니다.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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